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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 청년 + 백수 = 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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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24. 01:35 Holic's Story

항상 저의 블로그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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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있는 법이지 싶다. 안정성이라는 것이야 언제나 가지면 좋은 것이고, 행복의 조건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나 역시 그런 욕심이야 있다. 그런데, 무엇이 안정성인가라는 질문에는 다들 상대적으로 인색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질문이나, 고민들을 듣고 있자면, 대개의 삶의 형태적 고정은 사회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어딘가에 취직하거나, 어떤 자격증을 따거나, 어떤 위치 - 사회적, 경제적 개념을 포함하는 - 에 도달하거나. 어떤 직위를 얻거나 하는 요소들이 삶의 안정성에 도움이 되고, 그것이 나아가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인 것 같다.

물론, 이 논리가 틀렸다고 생각하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더 넓게 보고 있지 않으면, 그다지 간단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지금의 상황을 전제로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자꾸 받는다는 이야기다. 주변에서 상담을 요청하는 후배나 학생들을 보면서도 '어라...' 싶은 때가 이런 순간인데, 어떤 위치가 자신의 삶의 형태를 규정해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어떻게 할까' 를 고민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데, 정말 그걸 보는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다.

나름, 상대적으로 '고학력자' 로 스스로를 분류하는 20대 초반의 친구들에게 우석훈, 박권일씨가 쓴 [88만원 세대] 를 권하면, '저는 그 대상이 아니에요' 라는 표정을 자주 본다. (물론, 내 앞에서는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실제로 그 책을 읽었느냐고 나중에 물어보면, 10%도 읽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저 [88만원 세대] 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들은, 사실 그다지 새롭지도 않다. 그리고, 이 책을 권하는 이유 역시 그다지 새롭지 않다. 문제는, 그 새롭지 않다는 데 있다.

세상이 떠다니는데 고정이 될 리가 없다

세상의 변화를 보라. 5년 단위로 바뀌는 정부에 의한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만으로도 이런 '위치' 의 안정성은 쉽게 깨지고 바뀐다. 예를 들자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문화기획자라는 직업은 나름 1990년대 중반 - IMF 이후 시점에서 2005년 시점까지는 '잘 나갔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이번 정권이 끝나는 시점까지 문화기획자는 먹고 살기 상당히 힘들어질 거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미 수많은 문화기획자들이 슬쩍 다른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고, 나 역시 그렇다) 물론, 의사라든가, 변호사 등 직업 단위에서 자신들의 수익구조와 안정성을 유지하는 노력을 수행하는 조직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점들이 있지만, 이런 부분은 이 글에서는 굳이 다루지 않기로 한다. (물론, 그 단위들 속에서도 많은 문제들과 변화들이 있겠지만서도)

어쨌거나, [88만원 세대] 의 1장을 보면서 현실적으로 이해한 것이, 내 세대(나는 1976년생이다)에서는 1부 1장의 '첫 섹스의 경제학' 에서 나오는 '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 에서 상대적으로 '외국' 의 상황과 유사한 시대였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이 성적 방종은 그때보다 더 진행된 것이 아닌가라고 한다면, 그렇다. 고 하겠지만, 그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 그 당시에는 20대에 어느 정도 이상의 '사회적 인정' 을 받는 대학교에 다닌다면, 여러 경로로 충분히 생활비를 벌어낼 수 있었다. (이 때부터 대학가 앞의 모텔비는 오르지 않고 있다)

일류대쯤 다니면 한 달 몇백 버는 것도 그다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고. 당연히, 경제적 독립은 빠르게 일어날 수 있었다. (필자의 경우는 월 420만원까지 벌어봤다) 19세에서 20세에, 생활에 대한 책임이 없는 상태에서 자유로이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 돈은 절대 적은 것이 아니다. 현재 월 수입 300만원대의 30대 초반 직장인들도 그 정도의 소비를 할 수 있는 경우는 전체적으로 보아 매우 소수일 테니까.

이후 터진 IMF의 상황에서도, 20대는 상대적으로 살아갈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구조조정의 광풍 속에서 잘려나간 40대 이후의 자리는 더 낮은 연령대에서 채워올라왔고, 20대에게 부여된 무게는 사실 그 인상만큼 큰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IMF의 후유증 안에서 살고 있던 필자의 대학 동기들도 별 문제 없이 살아남았고, (1999년 당시 연세대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이 10% 왔다갔다 하는 선이었음에도) 지금의 20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안정적인 상태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필자의 경우는 이 시점에서 과외 등의 수입을 모두 때려치우고, 문화기획자로 돈을 벌면서 모자라는 돈은 용산에서 컴퓨터 팔면서 채웠다. 그럴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다. 물론, 적극적으로 찾아다닌 소수에 해당하겠지만.

그런데, 지금은 그 적극적인 소수들이 더욱 적어진 느낌이다. 다들 왜 이리 걱정들은 하는데, 다들 왜 이리 걱정한 만큼의 안정성을 못 찾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분류로는, 이런 상황은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

세 가지의 편협한 분류와 나름대로의 해결방법

1. 10대 후반 - 20대 초반에 이미 고민이 정리된 계층

고등학교 시절에 흔히 말하는 '쟤는 나름 자기 세계가 있어' 라는 친구들 중에 많다. 이들은 이미 20대 초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내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주변에서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마켓의 발달, 다른 형태의 사업구조들이 팽창하고 있는 구조에서, 먹고 살 길을 찾자고 맘 먹으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기 마련이다. 이들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들 중 일부는 쉽게 보통의 '직장인' 보다 더 적은 안정성 대신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당장 홍대의 까페들을 가 보라. 까페를 차리는 계층의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으로 내려앉은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이들 중 '부모 돈으로' 까페를 차리는 경우는 전체의 10% 정도가 될까말까한다. 맘 먹고 하겠다고 한다면야, 그다지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까페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은 3주면 충분히 익힐 수 있다. 이전 부모 세대의 식당을 차리기 위해 몇 년을 남 밑에서 일하는 식의 사업모델이 아닌 모델들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라. 이런 사람들은 이미 자기 나름대로의 전략을 충분히 활용하여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상대적 불안감' 에 대해서는 글 후반부에 다시 다루겠다.

예를 들어볼까? 당장 필자가 쓰고 있는 미라지(M480)을 보며 생각하는 것인데, 내가 지금 스무살에,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그래도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한다면, 아마도 집(아파트에 사니까) 주변의 컴퓨터 AS 업자가 될 게다. 인터넷으로 부품을 사고, 용산가로 팔며, 거기에 인건비를 붙인다. 하루에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시스템을 갖추는 데 드는 돈은 얼마일까? 일당 5만원 정도는 벌 수 있을거라고 보는데, 일당 5만원이라면 월 22일 근무를 기준으로 할 때 한 달에 110만원이다.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집에서 먹고 잔다면 큰 돈이다. 기초적 지식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PC 한 대면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Windows의 경우 불법으로 깔아주는 곳이 여전히 있는 곳이 동네 컴퓨터 수리점인데, 용산에서 XP DSP 정품 얼마 안 한다. PC업그레이드 해 주면서 DSP 기준 맞추고, DSP 버전 정품 깔아주는 것,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꼭 부녀회를 잡길 권한다. 어머니에게 10%의 마진을 약속하라) 부가적으로 PDA 세팅을 해주는 것은 어떤가.

이것도 불법이라고? 기업 단위가 아니면 된다. (그렇다고, 이걸 하라는 건 아니다. 예일 뿐이다. 유행 지났다고 본다) 내 경우는 파워포인트 마스터만 만들어서 한 달 300만원까지 벌어봤다. 쉽다. 기업에 개당 10만원씩 판다고 한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어떻게 파느냐고? 그냥 회사에 쳐들어가서, 만들어 둔 샘플을 보여준 후, 기업용으로 만들어드리겠다고만 해도 일을 따낼 확률이 30%는 된다. 물론, 디자인이나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기본적인 능력이 필요하겠지만, 배우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얼마나 들 것 같은가?

2. 20대 초반 - 중반에 고민이 정리된 계층

2번 계층은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갈 길을 정하게 된다. 임금 수준이 낮거나 노동수준이 높아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매칭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선택하지만, 독립적이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저임금에 착취당하는 계층으로 스스로를 정의하게 되기 쉽다. 대부분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 측면을 교육받은 사람들(디자인 등)이 이런 형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상대적으로 대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이 많고, 자신의 영역에 대한 애정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런 시장영역의 특성은 시장 내에서의 가격경쟁이 매우 심화되어, 이미 대부분의 경우 저가격 고노동의 경쟁시장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이유는 간단한데, 20대 초-중반에 경제체계에 뛰어드는 경우 상대적으로 저가격으로 노동이 가능하며, 이 계층이 기본적으로 자신의 일에 프라이드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가격에도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다. 시장 논리상 이 경우 당연히 착취당하게 된다. [88만원 세대]에서 지적하는 계층이 이러한 계층이다. 클리앙에도 특히 많다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저임금의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려워진다.

이들 계층에 대한 해결책은, 해결책이라기에는 빈약할 수도 있지만, 부디 자신의 영역에 대한 프라이드는 유지하되, 다른 스킬들을 결합하라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이 계층은 승진을 하는 사람 이외에는 '잘리는' 시스템인 경우가 많으며, 그 중 승진을 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 하면, 그 사람이 고유의 업무 영역 이외에 다른 업무 영역을 겸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기획서를 쓸 수 있는 3년차 웹디자이너가 5년차 웹디자이너를 밀어내는 경우를 나는 종종 보아왔다. 물론, 기획서를 쓴다는 것은 간단히 파워포인트를 다룰 수 있다. 는 것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배우기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결국, 자기계발을 통한 메타적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이 관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는 디자인을 할 수 있다. 품질이 전문 디자이너보다는 떨어질 수 있지만, 적어도 기획자 중에서 디자인 툴을 다룰 수 있는 기획자는 전체의 10% 이하일 것이고, 그로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내 경우, 디자인을 어떻게 배웠나 생각해보면, 대학교 다니면서 방학 때 충무로에서 포스터 디자인 아르바이트 했다.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고, 편집, 레이아웃, 타이포그래피를 독학했다. 당연히, 미대를 나오고 현장에 투입된 1년차보다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실제로 잘 모른다. 그러나, 기획서를 써서 파는 내 작업에 디자인을 해드릴게요. 라고 한다면, 나를 선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10%의 확률로라도 디자인에 별도로 돈을 안 쓸 수도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디자인 결과물을 경력으로 환산하면 3년차 수준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거기에 만족중이다)

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자격증에 올인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실제 사회 시스템에서 인정되는 자격증은 '그 자격이 없으면 그 일을 할 수 없는' 경우에만 유의미한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스킬은 자격증이 없고, 자격증이 필요하지도 않다. 결과물이 말을 한다.

3. 20대 중반을 넘어서도 고민이 정리되지 않는 계층

이들은 대부분 시스템 단위로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를 고민한다. 물론, 시간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계속 주지시킨다. (클리앙에 특히 많다) 동시에, 시스템 단위에서 슬쩍 벗어날 수 있을 만한 약점을 찾는다. 그러나, 약점들을 찾아내는 것은 그다지 간단하지 않다. 시간이 없으므로, 근시안적으로 보는 버릇이 강해진다. 결국, 접근성이 극도로 낮아지고, 취직지상주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사회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게 될까? 이들은 1, 2번 계층보다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적은 계층이기 쉽고, 상대적으로 고학력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이렇게 흘러온 이유는, 자신에 대한 '자존의식이 강하기 때문' 이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자신이 점유하고 있는 위치에 대한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고 할까.

그런데,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사실 1번의 경우는 부러워하고(나도 그런 환경이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2번의 경우는 무시한다(그렇게 어떻게 살아?). 이런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상담' 은 제일 많이 요청한다. 당연히, 상담을 해 주는 입장에서는 가장 짜증나는 사람들이다.

언젠가 후배들을 만나서, 얼마나 초봉으로 받을 수 있을 것 같느냐고 물어본 일이 있다. (이들은 문화기획을 업으로 하겠다는 친구들이었다) 14명의 평균은 2,700만원 정도. 그런데, 내 공식적인 직장 취직의 초봉은 월 90만원이었다. 2년 뒤에 월 125만원이었고. 지금 내 나이의 문화기획자 중 연봉 2,700이라면 상위 10% 이내에 들 것이다. 이들은 시장을 읽지 못한다. (별로 읽을 생각이 없는 게 문제다) 고작해야 기업의 연봉 자료를 공유하는 수준에서 '나도 이렇게 될 것' 이라고 '짐작' 한다. ('짐작' 의 문제에 대해서는 토마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을 참조하라)

한국 기업의 평균 수명은 15년을 넘지 못한다. (여기를 참조하라 : http://www.google.co.kr/search?rlz=1C1GGLS_koKR291&sourceid=chrome&ie=UTF-8&q=한국+기업+평균+수명 ) 30대 대기업의 수명은 51.3년이란다. 결국, 잘 해야 기업에 충성해서 살아남으려면 100대 기업 안쪽에는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앞에서 지적했듯, 한 달에 100만원의 여유가 있는 삶이 오려면 30대 대기업 수준이 안 된다면 한참 걸린다) 결국 이 계층은 쉽게 사회비판적이며 동시에 사회적응력이 높아지는 양면성을 보인다. 이런 양면성의 시작은 이력서를 쓸 때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이력서를 쓰고, 자기소개서를 '지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사실, 당연하다. '나'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속의 나' 는 과연 같은 인물인가? 대부분의 경우 아니기 쉽다. 그래서 자기소개서가 '소설' 이 되고, 그런 상황에 불안감을 느낀다. 요약해서, 이들의 문제는 '지금' 에 집착하는 데 있다는 것이 내 개인적 판단인데, 이 판단의 근거는 대부분의 '이력서를 쓰는' 사람들이 그 결과로서의 '취직' 에 집착하는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상황에서 취직을 해야 한다면, 취직에 1년을 잡고, 나는 1년 정도 뭔가 다른 일을 하나 하겠다. 파워포인트를 들이 파든, 일러스트레이터를 들이 파든, 아니면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든.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에 1년간 읽은 책의 목록을 싹 정리해서, 그것으로만 채워보는 건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소설 쓰는 것 보다 훨씬 취직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것으로 1년 먼저 취직한 것 보다 유리한 위치에 갈 수 있지 않을까? 또는, 여유자본이 있다면, 아예 세계일주를 가겠다. 가서도, 그저 유명 명승지를 도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에서 느낀 인상이나 특징 등만 잘 정리해도, 쓰고싶어하는 곳이 늘어날 게다. 예를 들어, 세계 각지의 냉동식품 사진들을 다 찍어오면? 어떤 회사에서는 그 정보때문이라도 나를 뽑아 쓸 수 있다.

멀리 보는 건 훈련이고 연습이다

멀리 보지 않으면 밀린다. 학교다니는 십수년 동안 결국 제로썸 시스템 속에서의 경쟁체계로 이 사회가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매일 피부로 느끼며 살았을 텐데도, 솔직히, 보고 있자면 이전보다도 긴장감이 더 적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10대에서 20대 넘어가던 시절에도 그랬을 것이며, 나보다 10살쯤 많은 누군가는 '너희도 그랬다' 고 할 것이다. 그거야 늘 그렇지. 결국 이 글도 그런 글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 지금 역시 멀리 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다. 어떻게 하면 멀리 볼 것인가? 솔직히,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있다면 지금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을게다) 결국 개인적인 방법론만을 이야기 할 수 있을 뿐이다.

우선, 유행을 읽어보라.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서의 유행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즐겨본다면 적어도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의 동향에서 일본의 문화적 동향정도까지는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보는 거다. (내 경우는 일본 드라마를 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사업 전개의 방향이나 스토리의 전개만을 봐도 어느 정도 읽힌다.

물론, 읽는 데 기준은 필요하다.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도 어려운 일이다. 개인적 추천은 사회학을 슬쩍, 특히 좋은 건 그 중에서도 문화인류학을 슬쩍 손대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 추천의 백그라운드는 경험이다. 적어도 사는 방식에 대한 추천이라면 나름대로의 확신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문화콘텐츠는 그 속에 사회적 필요성을 담고 있다. 물론 사회 시스템 전체가 그렇다. 그런데도 문화인류학을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로, 콘텐츠는 팔리는 것이므로 팔기 위한 노력 속에서 쉽게 그 속셈을 드러낸다. 어설프다 못해 끔찍한 기획들이 난무하는 문화시장은 그런 면에서 좋은 도구가 된다. 두 번째로, 문화콘텐츠를 읽는 분석의 도구는 9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확장되어, 이제는 그다지 익히거나 샘플을 구하기 어렵지도 않은 상황이 되었다. (당장 1,000원으로 영화잡지를 살 수 있고, 온라인 상에서는 공짜 자료가 우글거린다) 세 번째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분석의 결과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는, 거기에 더해, 나름 재미있다는 것이다. 공부보다는 놀이에 가까운 형식으로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영역에서 연습하고 훈련할 수도 있겠고, 그 영역 내에도 나름대로 도구가 있을 것이다. 그런 영역과 도구를 알고 있다면 거기서 해도 된다. 그것 까지는 모를 일. 알아서들 하세요.

필요한 기술들

우선, 긴 텍스트를 읽어내는 훈련은 기본이다. 어떤 영역에서든 외부의 자료를 내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은 필수적이고, 그 근간은 긴 글을 읽어낼 수 있는 기본적 능력이다. 정보의 전달은 어쨌거나 글의 형식으로 진행되고, 어느 정도 이상 정교한 내용들을 설명하는 글은 당연히 그만큼 길고 복잡해진다. 한 번에 읽어서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반복해서 읽어내는 훈련 역시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복잡한 내용을 형식으로 재구성하는 능력 역시 필요하다. 적어도 '안다' 싶은 내용에 대해서라면 A4 3-4장 정도는 쓸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형태로라도 이 정도 수준의 전문적 기술은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이 역량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잘 없는 듯 하다. (도대체 이 정도 역량 없이 뭔가 한다는 게 가능하긴 할까?)

이 이외에 필요한 것은 거의 없다. 있다면, 길게 보는 연습 정도.

물론, 주변의 시선 정도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 시선보다 적극적인 반발과 방해인 경우가 훨씬 많다. 게다가, 안 생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는 시장을 길게 보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생각은 굳이 하지 말라. 설득이 될 수가 없는 시점이 온다. 내가 보는 것을 남들이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단절감이라면, 어떤 의미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단절감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다)

삶을 고정시키고 싶은 욕심들

물론, 이런 식의 삶의 형태는 당연히 불안정을 야기한다. 그런데, 적어도 뭔가 하고 있으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저 시간 좀 더 낭비할 가능성이 있는 것 뿐 아닌가. 그정도로 뭐 문제 되남.

현재 한국사회에서 평균 정년 퇴직은 53세.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얼마나 남았는가? 더 큰 문제는, 53세에 '돈을 벌 수 있는 위치' 를 벗어나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경제적 필요성은 남는다는 것이다. 술담배 엄청 해도 웬만해서는 60대를 넘길 수 있는, 그러면서도 경제적 역량은 남아있는 상태에서도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긴 글 모두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같을 수도 있겠지만, 해보라. 해보면 안다. 안해보면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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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ung9